픽션이므로 국가는 그냥 봉국이라 하고 시대상은 삼국시대쯤. 봉국은 철저한 남계중심사회이고, 훈의 어머니는 양반집 고명딸로 천 리밖에서도 미모로 유명한 여인이었음. 그런 여인을 그냥 둘리 없던 선황은 그녀를 첩으로 궁에 들어왔고, 그녀는 황후나 다른 첩들의 견제로 하루하루를 겨우 목숨줄만 붙들고 살았음. 원래라면 황제의 총애가 첩의 권력이 될 터였으나 그녀는...
지훈은 마지막 학생회 일까지 후배한테 인수인계를 마치고 후련한 마음으로 학생회실을 나섰다. 선생님의 성화로 어쩔 수 없이 학생회에 들어와 일이란 일은 다 떠맡고 힘들기만 했지만, 막상 이제 끝이라고 하니 조금 섭섭한 기분도 들었다. 이제 수능 준비만 남았네, 진짜로. "끝났어?" 아, 아니. 하나 더 남아있었지. 이 학교에서 끝내야 하는 거. 지훈은 학생회...
[마음을 전해드립니다] 여자친구, 남자친구, 좋아하는 사람, 친구, 선생님 보내고 싶은 사람의 학년 반 이름과 함께 문구를 적어 함에 넣어주시면 대신 장미꽃과 함께 전해드립니다 ♥ 요금 : 단돈 2000원 지훈은 그런 문구가 적힌 종이가 붙은 함을 도서관에 비치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나름 야심차게 준비한 이벤트였지만, 누가 하기는 할까? 이런 걸. 학생회 ...
※ 한국에 동성 결혼 제도가 마련되어 있으나, 편견과 차별이 심하여 유명무실한 제도로 거의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설정이 있습니다. "결혼하죠, 이지훈 씨." 지훈은 다시 한 번 생각지도 못한 말에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한 반응이 돌아와 순영은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지훈은 그 웃는 얼굴에 주먹 한 번 날리면 ...
"나 결혼한데, 권순영 형이랑." 마치 남의 얘기를 하듯 하는 말에 지훈은 처음에 그냥 어디 돌아다니는 가십에 대해 말한 줄 알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저 권순영은 자신이 아는 권순영이 맞는 것 같은 거다. 그런데 권순영과 결혼? "왜?" 지훈은 자신도 모르게 왜.라는 질문이 튀어 나가 당황했지만 애써 태연하게 찬이를 바라봤다. 찬이는 어깨를 으쓱이다...
순영은 버거운 숨을 뱉어내면서도 걸음을 멈추지 않고 움직였다. 순영이 지난 모래밭 위로 핏자국이 길을 만들었지만, 순영은 그것에 신경 쓸 생각도 없는지 그저 무거운 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그가 내딛고 있는 곳은 온통 모래로 뒤덮인 사막이었다. 예전에는 푸른빛을 띈 초목들, 천이 자리 잡고 있던 아름다운 곳이었는데, '그것'들의 출현으로 모든 게 망가졌다. ...
원작 - https://w-yul-suh.postype.com/post/10027214 그리움의 잔재는 언제까지 남아 날 괴롭게 만드는 걸까? 차라리 남들처럼 평범하기라도 했다면, 잔재가 남아 있는지조차 모르고 살아갈 수 있었을까? '평범'을 입에 담을 수 있었던 적이 없었던 터라 질문에 대한 답을 알 수 없었다. 나는 종종 사람들에게 '시간'에 관한 능력...
키워드 첫사랑, 우산 이상 평범 ※ 불륜, 이혼과 같은 트리거 워딩이 있습니다. 주의해주세요. 사랑은 변한다. 기쁨이 슬픔이 되고, 행복함이 괴로움으로 변하는 것처럼. 그래도 다른 감정과는 다른 그 특별함을 믿었다. 지훈은 식탁에 앉아 얼굴을 묻고 울고 있는 어머니의 여린 등을 바라보다 작게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집을 나섰다. 하지만 현관문을...
시온님과 마음 보호 구역을 주제로 한 합작 ※ 트리거 워딩 주의 어렸을 때의 기억은 흐릿했다. 하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어느 것 하나 흐릿해지지 않고 뚜렷하게 기억났다. 엄마의 얼굴은 어두웠고 무릎을 꿇고 앉아 내 어깨를 붙잡고 절대 집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었다. 엄마가 나가고 홀로 남겨진 그 자리에 불안에 떨며 서 있었던 것 같았다. 문을 넘어 ...
순영은 허공에 뿌연 연기를 내뱉으며 공허한 눈으로 연기가 공기 중에서 흩어지는 모습을 바라봤다. 다시 담배를 입에 머금었을 때 순영의 옆에 누군가 다가와 섰다. 얼마 전 과장으로 승진한 동기가 입에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이고 있었다. 순영은 누구인지만 확인하고 고개를 돌려 다시 무감하게 연기를 내뱉고 쓰레기통에 지져 끄고 흡연실을 나서려는데 동기의 말이 발걸...
어둠이 늦은 시간까지 찾아오지 않는 어느 날이었다. 조산으로 태어난 우리 쌍둥이는 어려서부터 몸이 약했고, 어머니는 당신의 몸이 약해 우리가 그리 태어난 것이라며 자책하시며 우리의 건강을 위해 많은 것들을 하셨다. 몸에 좋다는 재료들로만 만들어진 음식들, 한약, 몸을 좋게 만든 다는 민간요법, 그리고 끊임없는 기도가 이어졌다. 어머니의 노력 덕분인지 누나와...
맛있게 호우합니다. @non_amee0 (포타 업로드 전 초안 작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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